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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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켜주고 싶은 그는 나를 지켜줄 생각이 없었으므로.WORDS 2015. 4. 23. 00:00
어렸을 때 나는 사랑하는 것은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서로의 아주 깊은 속에 있는 아주 내밀한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서로에게 옮겨주듯 말해주는 것, 비밀을 나눠 갖는 것이라고.다른 사람은 못 알아듣는 이야기를 그는 알아듣는 것이 사랑이라고.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다.남자인 오빠들 속에서 섞여 성장하면서 나에대해서 말하는 법을 잊어버려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쉽게 만날 수가 없었다. 나는 힘겹게 내 마음을 말하면 그는 곧바로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버렸다. 나는 다시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좀더 자라 나를 지켜줄 사람을 갖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영원히 나를 지켜줄 사람을 갖는 다는 것은 약한 나의 존재를얼마나 안정시켜줄 것인가.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