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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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가을 - 정철훈POEM 2014. 10. 15. 12:28
오랜만에 산책을 했지요내가 사는 동네가 아니라 남의 동네로되도록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서요 당신과 함께였지요당신과 함께라는 느낌을 의식하지 않으려는 산책은언제나 어렵더군요 우린 새로 단장한 천변을 걸어 재래식 시장통을 두바퀴 돌다가들어가고 말았지요내가 태어나기 전에 지어진 오래된 성당 안으로 경건함을 외양에서 느끼기가 지극히 어려운 시대에낡은 성당에서 경건함을 읽어냇다는 건그만큼 나의 내면이 위선과 위악으로 팽창했다는 증거겠지요 성당 입구, 수위실에 앉아 있는 사람이언젠가 내가 다니던 회사 계단참에 쭈그리고 앉아중년의 여자 청소부와 입을 맞추던 남자 청소부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렇다면 나는 성당 수위를 모독한 것일까요하지만 나는 안색이 바뀌었을 뿐결코 뉘우치지 않는 냉담자인 것이죠 그때가 언제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