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호수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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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호수 위에 - 함성호POEM 2014. 9. 9. 00:00
밖에는 눈보라가 몰아쳐 먼 옛날이야기처럼 나무 문짝이 덜컹이고 날리는 눈이 귀신의 차가운 숨소리같이 싸르락이 창을 두드려 나는 아무도 나다니지 않는 길에서 누가 소리 죽여 웃는 소리를 듣고 창 앞에 서 있다 웃음소리는 아직도 귀에 멍멍한데 소나무 판자로 이은 담벼락들 사이로 바람이 쌓인 눈을 돌리고 다닐 뿐 인적이라고는 없고, 굶주린 개 한 마리 어슬렁대지 않는다 휘어진 자작나무처럼 추워서 허리가 부러질 것 같으면서도 나는 창 앞에서 쉽게 떨어질 줄을 모른다 왜냐하면 모든 게 그리운 밤이 올 것이다 기쁨과 슬픔이야 어쩔 수 없었던 것들과, 할 수 없었던 것들 백옥같이 환하게 웃던―, 흐르면서 가만히 있고 가만히 있으면서 흘러가는 하얀 발자국 소리 하얀 발자국 소리 곧 이 얼음호수의 눈보라를 끌며 네가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