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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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 허연POEM 2015. 3. 31. 00:00
내가 앉은 2층 창으로 지하철 공사 5ㅡ24 공구 건설현장이 보였고 전화는 오지 않았다. 몰인격한 내가 몰인격한 당신을 기다린다는 것. 당신을 테두리 안에 집어넣으려 한다는 것 창문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내 인생에 반기를 들고 있 는 것들을 생각했다. 불행의 냄새가 나는 것들 하지만 죽지 않을 정도로만 나를 붙들고 있는 것들 치욕의 내 입맛들 합성인간의 그것처럼 내 사랑은 내 입맛은 어젯밤에 죽도록 사랑하고 오늘 아침엔 죽이고 싶도록 미워지는 것. 살기 같은 것 팔 하나 다리 하나 없이 지겹도록 솟구치는 것 불온한 검은 피, 내 사랑은 천국이 아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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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빙하의 시대 2 - 허 연POEM 2014. 9. 27. 00:00
자리를 털고 일어나던 날 그 병과 헤어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한번 앓았던 병은 집요한 이념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병의 한가운데 있을 때 차라리 행복했다. 말 한 마디가 힘겹고, 돌아눕는 것이 힘겨울 때 그때 나는 파란색이었다. 혼자 술을 먹는 사람들을 이해할 나이가 됐다. 그들의 식도를 타고 내려갈 비굴함과 설움이, 유행가 한 자락이 우주에서도 다 통할 것같이 보인다.; 만인의 평등과 만인의 행복이 내 나이에 이젠 모든 죄가 다 어울린다는 것도 안다. 업무상 배임, 공금횡령, 변호사법 위반. 뭘 갖다 붙여도 다 어울린다. 나와 내 친구들은 이제 죄와 잘 어울린다. 안된 일이지만 청춘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