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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적인 매혹을 사랑이라는 단어로 설명하려고는 하지 않았다.WORDS 2015. 5. 29. 00:00
하지만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사랑과 성욕이 어떤 식으로 관련이 있는지 그 점을 아무래도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그즈음의 나는 오미가 내게 부여한 악마적인 매혹을 사랑이라는 단어로 설명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버스에서 만나는 소녀에 대한 희미한 감정을 '이게 사랑이라는 걸까' 하고 생각하는 내가, 그와 동시에 머리칼에 번쩍번쩍 광을 낸 젊고 촌스러운 버스 기사에게도 끌렸던 것이다. 무지는 내게 모순의 해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버스 기사의 젊은 옆얼굴을 바라보는 내 시선에는 무언가 피하기 힘든, 숨 쉬기조차 어려운 괴로운 압력과도 같은 것이 있었고, 빈혈질 여학생을 흘끔거리는 시선에는 일부러 그러는 듯한 인공적인, 지치기 쉬운 면이 있었다.
미시마 유키오, <가면의 고백>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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