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빛으로 오네. 

눈부시게는 아니고 

저녁놀처럼 그윽히 

어스름 조금 못 다가간 

그런 빛으로 오네. 

침묵으로 타버린 몸 

잠시 얼굴 드러내다 돌아서는 

안타까운 빛으로 비치네. 

샘물에 그늘로 어려있듯 가늘히 

어느 누구의 한 생이 고스란히 담겨서 

다만 조금만 보여주는 그런 빛으로 

그 사람 빛으로 풀리네. 

개울물살 물아지랑이를 밟으며 

잠시 날개를 내려놓다 미끄러져 떠오르는 

갯버들 실잠자리 그 위를 넘쳐 날듯 닿아서 

닿아서 고이는 그런 눈물겨운 몸으로 

그런 아롱거림으로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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