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 박연준POEM 2015. 2. 9. 00:00
내 나쁜 몸이 당신을 기억해
온몸이 그릇이 되어 찰랑대는 시간을 담고
껍데기로 앉아서 당신을 그리다가
조그만 부리로 껍질을 깨다가
나는 정오가 되면 노랗게 부화하지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눈을 감아
감은 눈 속으로 현란하게 흘러가는 당신을 낚아채서
내 길다란 속눈썹 위에 당신을 올려놓고 싶어
내가 깜빡이면, 깜빡이는 순간 당신은
나락으로 떨어지겠지?
내 이름을 길게 부르며 작아지겠지?
티끌만큼 당신이 작게 보이는 순간에도
내 이름은 긴 여운을 남기며
싱싱하게 파닥일 거야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내 눈은 깜빡깜빡 당신을 부르고
내 길다란 속눈썹 위에는
당신의 발자국이 찍히고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들의 시 om 11시 - 김선우 (1) 2015.02.17 짝사랑 - 이남일 (1) 2015.02.11 문득 - 정호승 (1) 2015.02.07 첫사랑 - 윤보영 (1) 2015.02.03 입안에서 떠도는 이름을 만나다 - 임유리 (1) 2015.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