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 뭉쳐 가만히 들여다보면

설핏 무슨 기미가 어른거린다

너무 흰 것엔 그늘이 있지

보호막 같은 그늘


흰 밥, 흰 고무신, 흰 상복, 흰 목련

모든 빛을 다 반사하므로 얻는다는

흰색은 사실 비어있는 색

누군가 떠난 그늘의 색


눈 뭉쳐 등허리에 쑥 집어넣을 때

소스라치던 냉기는

눈의 그늘이었을까

눈물 그렁한 사람이 볼 수 있는

어쩌면 짜안한 모습


서둘러 떠나는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하듯

눈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그립고

그리움은 만질 수 없어서 멀다

만지면 없어지는 사람을

누가 미워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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