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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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잡아, 나를 놔 - 신현림POEM 2018. 8. 10. 00:00
사는 게 별거겠니추억하며 잊어 가는 일죽고 싶다가 살고 싶은 일감정의 시소 타며 하늘 보는 일사는데 가장 큰 고통은 욕망이야 나를 안아 줘안전벨트처럼 안아 줘불안한 술잔처럼 기울지 않게돈 걱정과 죽음에 짓눌리지 않게나를 잡아, 나를 놔 자, 우린 일하고 깨치며 가야지네 입과 내 입에 사랑의 떡을 처넣고입 깊숙이 슬픔 들끓게 내버려 두고쌀과 물을 사람들과 나누고오늘은 다르게 살기 위한 시도잖니 이 도시만큼 괜찮은 무덤도 없을 거야너만큼 편안한 수갑도 없을거야네 안에 있으니 따뜻해졌어날 조이지마 나한테 매달리지 마그렇다고 날 떠나면 되겠니나를 잡아, 나를 놔나를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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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엘리스 - 신현림POEM 2015. 3. 3. 00:00
1. 팬티가 어디 갔지 팬티가 어디 갔지그 튼튼한 면팬티가 없으면 나갈 수가 없다팬티공장에 다니는 그녀는팬티를 잃는 건 몰락이다신분상승도 힘든 그녀라팬티공장으로 가기 위해팬티를 입어야 한다 가다가 성폭행당할 위험도 있고가다가 주머니에서 돈이 쏟아지듯따스한 물이 흘러나올지 몰라 팬티 없이 원피스만 입는 건가을바람이 그녀의 골짜기를 쓰다듬는 일이며색다른 애무에 젖는 일이며사내 없이도 새로운 쾌감에 들뜰 기회지만 쾌감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다그녀의 안전은 팬티로부터 온다팬티 없이는 미래도 없기에온 방을 뒤집어엎었다팬티를 찾으러 2. 윈터와인 어디로 갈까 어떻게 할까무덤 한삽 깊게 판반지하 집에서 죽음의 경전을 읽으며그는 반가사유상처럼 고요히 앉아 작은 창을 보았다더 잘 살기 위한 경전만큼 날은 흐렸다반지하의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