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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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저항은 하나 (진은영, 청혼에 대한 해설)WORDS 2023. 4. 4. 12:29
2. 사랑과 저항은 하나 사람들이 시인 진은영을 어떻게 떠올리는지 다 알지 못하지만, 그가 무엇보다도 사랑의 시인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기로 하자. "소년이 내 목소매를 잡고 물고기를 넣었다/내 가슴이 두 마리 하얀 송어가 되었다"로 시작되는 「첫사랑」(『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문학과지성사, 2003), "너는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어제 백리향의 작은 잎들을 문지르던 손가락으로"로 시작되는 「연애의 법칙」 (『우리는 매일매일』, 문학과지성사, 2008), "만일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너는 참 좋을 텐데"로 시작되는 「시인의 사랑」 (『훔쳐가는 노래』, 창비, 2012) 등을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 그런 그가 이번 시집에서는 '사랑'을 제목에까지 올렸다. 네번째 시집을 그야말로 '사랑의 서(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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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망 중 - 진은영POEM 2023. 4. 4. 11:06
머릿속에 놓인 누군가의 일기장 펼치면 한 줄도 씌어 있지 않다 무기력의 종이 위에 나는 따스한 손바닥으로 펜을 쥐었어, 부화시키려고 그가 살아야 할 이유의 알들을 그거 알아? 나는 생쥐가 파충류인 줄 알았어 그거 알아? 나는 이 별이 내 별인 줄 알았어 그거 알아? 내가 남자인 줄 알았어 그거 알아? 나는 펠릭스를 훔쳤습니다 그거 알아? 계산이 잘못되었다 그거 알아? 너는 텅 빈 목욕탕에 남겨졌다 그거 알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매일이 찾아왔어 그거 알아? 죽은 친구의 소식을 가져온 우편배달부를 위로했어 그거 알아? 노른자가 깨졌다 식탁 위에서 나는 단단하게 살아 있다! 잘 익은 간처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