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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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오후 - 하재연POEM 2015. 4. 13. 00:00
밝아지면 아침 그리고어두워지면 저녁 나를 흉내내고 있는 하루. 커튼을 하얗게 빨아 햇볕에 널고멸치 국물로 국수를 후루룩 말아 먹고욕실의 신을 거꾸로 돌려놓으면서 그가 또는 그녀가 돌아오면 완성되는깊이가 없는 배경과 함께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옷을 꺼내 입고골목길로 접어들면서그림자의 색깔은 시작되고나의 팔다리는 움직일까. 진짜 웃는 것처럼크게 입을 벌리면밤과 같은 까만 목소리가 탕탕내 납작한 몸을 북처럼 울린다. 눈동자를 가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대화법에 의해당신과 나는 서로를 완성하는가. 그리고 나는나를 언제까지 연습할 수 있을까. 밝아지면 아침어두워지면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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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 하재연POEM 2015. 3. 9. 00:00
혀끝에 남은 말들이 하나씩 공중에 올라검은 구멍들을 형성한다이것은낯익지 않은 어둠 나의 귀가나의 것이기만 했다면더 아름다운 얼굴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폭죽처럼 떠올랐다 사라지는 어떤 생들이 겪는추위의 이상함서울, 베이징, 나하, 밤거리의 불빛들,복수(複數)로만 환기되는 삶들,보도블록 아래로 흘러가 바깥에 이르는 도시의 이물질들 우리는 자신의 밝기를 스스로 증명할 수 없는우리는 그것을 증가시킬 수도 없다 우리는 우리를 되비추는 종족으로서잊은 생이 되살아나기를 꿈꾸었으나하늘에는0개의 시간 속에서 튕겨져 나온 그림자들 지구에 뚫린 하나의 구멍 위에두 다리만 기대고 서서다음 목적지를 잊고서다만 빛나고 있음을 알 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