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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프카의 오후 - 하재연
    POEM 2015. 4. 13. 00:00

    밝아지면 아침 그리고

    어두워지면 저녁

     

    나를 흉내내고 있는 하루.

     

    커튼을 하얗게 빨아 햇볕에 널고

    멸치 국물로 국수를 후루룩 말아 먹고

    욕실의 신을 거꾸로 돌려놓으면서

     

    그가 또는 그녀가 돌아오면 완성되는

    깊이가 없는 배경과 함께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옷을 꺼내 입고

    골목길로 접어들면서

    그림자의 색깔은 시작되고

    나의 팔다리는 움직일까.

     

    진짜 웃는 것처럼

    크게 입을 벌리면

    밤과 같은 까만 목소리가 탕탕

    내 납작한 몸을 북처럼 울린다.

     

    눈동자를 가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대화법에 의해

    당신과 나는 서로를 완성하는가.

     

    그리고 나는

    나를 언제까지 연습할 수 있을까.

     

    밝아지면 아침

    어두워지면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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