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붙박이 창 - 이현호POEM 2015. 5. 9. 00:00
그것은
투명한 눈꺼풀
안과 밖의 온도 차로 흐려진 창가에서 "무심은 마음을 잊었다는 뜻일까 외면한다는 걸까" 낙서를 하며 처음으로 마음의 생업을 관둘 때를 생각할 무렵 젖는다는 건 물든다는 뜻이고 물든다는 건 하나로 섞인다는 말이었다. 서리꽃처럼 녹아떨어질 그 말은, 널 종교로 삼고 싶어. 네 눈빛이 교리가 되고 입맞춤이 세례가 될 순 없을까 차라리 나는 애인이 나의 유일한 맹신이기를 바랐다
잠든 애인을 바라보는 묵도 속에는 가져본 적 없는 당신이란 말과 곰팡이 핀 천장의 야광별에 대한 미안함이 다 들어 있었다 그럴 때 운명이란 점심에 애인이 끓인 콩나물국을 같이 먹고, 남은 한 국자에 밥을 말아 한 밤에 홀로 먹는 일이었다. 거인의 눈동자가 이쪽을 들여다보는 듯 창밖은 깜깜. 보풀 인 옷깃 여미며 서둘러 떠나갔을 애인의 거리는 막막하고 사물들은 저마다의 품속으로 어둠에 잠기는데
어디서 온 것일까
환기한 적 없는 집안의 먼지들은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요일의 노래 - 황인숙 (0) 2015.05.13 등 - 김지유 (0) 2015.05.11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 권혁웅 (0) 2015.05.05 안녕 - 원태연 (0) 2015.05.01 목숨의 노래 - 문정희 (0) 201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