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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적인 선언문 - 김이듬
    POEM 2016. 9. 16. 01:44

    '사랑스러워'를 '사랑해'로 고쳐 말하라고 소리 질렀다

    밥 먹다가 그는 떠났다

    사랑스러운 거나 사랑하는 거나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나


    죽은 친구를 묻기도 전에

    민첩하게 그 슬픔과 분노를 시로 쓰던 친구의 친구를 본 적 있다

    그 정신에 립스틱을 바르고

    난 멍하니 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인은 시인다워야 하나


    오늘 나는 문학적인 선언문을 고민한다

    내 친구들 대부분은 이미 써서 카페에 올렸다

    주저 말고 서둘러야 한다. 적이 문제다


    '─적的'은 '-다운,-스러운'의 의미를 가진 접사인데

    '문학적文學的'이라는 말

    문학적 죽음, 문학적 행동, 문학적 선언, 시적 인식, 시적 소설

    나는 지금 시적으로 시를 쓸 수 없구나


    문학적인 선언문을 쓰자는 말은

    왕에게 속한 신성한 것을 그냥 불러서는 안 되는

    폴리네시아 인처럼 은유로 도피하거나

    수사적 비유를 쓰라는 말은 아닐 텐데

    나는 한 줄 쓰는 데 좌절하고 애통함에 무기력하다


    그리하여 난 또다시 적的의 문제로 적敵을 만들게 될 것이다

    나는 내가 시적이지 않은 시를 쓰며

    시인답지 못하게 살다

    문학적이지 않은 죽음을 맞게 되길 빈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9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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