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심야식당 - 박소란
    POEM 2020. 3. 28. 09:34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충무로 진양상가 뒤편
    국수를 잘하는 집이 한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약속도 없이 자주 왁자한 문 앞에 줄을 서곤 했는데
    그곳 작다란 입간판을 떠올리자니 더운 침이 도네요 아직
    거기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맛은 그대로인지

     

    모르겠어요
    실은 우리가 국수를 좋아하기는 했는지

     

    나는 고작 이런 게 궁금합니다
    귀퉁이가 해진 테이블처럼 잠자코 마주한 우리
    그만 어쩌다 엎질러버린 김치의 국물 같은 것

     

    좀처럼 닦이지 않는 얼룩 같은 것 새금하니 혀끝이 아린 순간
    순간의 맛

     

    이제 더는
    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혼자 밥 먹는 일

     

    형광등 거무추레한 불빛 아래
    불어 선득해진 면발을 묵묵히 건져 올리며
    혼자 밥 먹는 일

     

    그래서
    요즘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의 시간 - 심보선  (0) 2020.03.31
    침대의 영혼 2 - 이현승  (0) 2020.03.30
    벚꽃이 달아난다 - 이규리  (0) 2020.03.24
    설탕 - 박소란  (1) 2020.03.22
    당신은 사라지지 말아라 - 이병률  (0) 2019.06.27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