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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인식을 얻었다고 느끼는 것일까?WORDS 2023. 4. 6. 08:42
어린 거북손은 새우나 곤충 비슷한 모습으로 바다를 헤엄치면서 움직이는 생물이다. 그때는 확실히 갑각류나 곤충처럼 생겨서 절지동물답다. 그 모습으로 바다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먹이를 잡아먹고 자신을 먹으려는 적을 피하면서 산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거북손은 변신한다. 이 과정에서 팔, 다리를 모두 없애 버린다. 모르기는 해도 그렇게 움직이는 부위를 없애 버리면서 세상을 탐험하며 돌아다니는 데 필요한 신경 계통과 뇌도 모두 다 녹여 없앨 것이다. 인생 사는 데 피곤할 뿐이라고 판단하면 스스로 정신과 의식을 없애 버리는 생물이라고 짐작해 봐도 좋을까 모르겠다.
변신을 완료한 거북손은 바다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시절은 잊고, 가장 괜찮은 한자리에 눌러앉아 그냥 가만히 머무르며 남은 평생을 보낸다. 그것이 다 자라난 모습이다. 움직이지도 않고, 돌아다닐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남해안의 그 많은 거북손은 모두 그렇게 가만히 앉아 남은 평생을 보내면서 드디어 완전한 안식을 얻었다고 느끼는 것일까? 혹시 그렇게 긴 시간을 움직이지 않고 보내는 거북손 중에, 먼바다를 구경하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 하나쯤 있지는 않을까?
- 『곽재식의 도시 탐구』 , 「여수, 청동 검사의 도시에서 세계적인 화학 도시로」 , 곽재식, p.266'WORD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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