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입안에서 떠도는 이름을 만나다 - 임유리
    POEM 2015. 2. 1. 00:00

    입 안에서 떠도는 이름을 만나다


    그리고 그 밤 깊은 골목 끝에서 다시 만났지

    넘실대는 사막 헤엄치는 바람처럼

    다가와 살결을 부비고

    59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내 어깨를 깨물고 사라졌어


    매일 밤 예쁜 글씨로 사인을 만들면서 놀았지

    서로의 왼쪽 가슴에 귀를 기울이고 이름을 새기면서

    숨을 내쉴 때와 들이쉴 때를 같이 하면서

    허벅다리 안쪽을 떨게 하는 너의 손

    작은 주머니에 함께 넣고 잠이 들었지

    고쳐지지 않는 병을 나누어 앓고

    파란 물감을 나누어 먹고 푸른 흙을 뱉어냈지

    숨이 막히게 목도리를 매주던

    하얗게 질릴 때의 너는 참 아름다웠는데


    냄새 맡고 핥으며 더듬었지

    독특한 연애의 이야기를 완성하자고 다짐했지

    사춘기 소녀들이 그러하듯

    사랑하는 사람들을 미워하면서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쓰고 있어

    사랑을 나눈 다음에는 몸살뿐이고

    네 어깨에 기댄 적이 있었는지

    그 감촉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순결한 척,

    너의 이름을 부리지 못했네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득 - 정호승  (1) 2015.02.07
    첫사랑 - 윤보영  (1) 2015.02.03
    뼈 아픈 후회 - 황지우  (2) 2015.01.27
    질 나쁜 연애 - 문혜진  (2) 2015.01.25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 유안진  (2) 2015.01.23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