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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 나쁜 연애 - 문혜진
    POEM 2015. 1. 25. 00:00

    이 여름 낡은 책들과 연애하느니

    불량한 남자와 바다로 놀러 가겠어

    잠자리 선글라스를 끼고

    낡은 오토바이의

    바퀴를 갈아 끼우고

    제니스 조플린[각주:1]의 머리카락 같은

    구름의 일요일을 베고

    그의 검고 단단한 등에

    얼굴을 묻을 거야


    어린 시절 왜 엄마는 나에게

    바람도 안 통하는

    긴 플레어 스커트만 입혔을까?

    난 다리가 못생긴 것도 아닌데


    회오리바람 속으로

    비틀거리며 오토바이를 몰아가는

    불량한 남자가 좋아

    머리 아픈 책을

    지루한 음악을 알아야 한다고

    지껄이지도 않지

    오토바이를 태워줘

    바다가 펄럭이는

    바람 부는 길로

    태풍이 이곳을 버리기 전에

    검은 구름을 몰고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지 않겠어?

    1. 제니스 조플린 : 27살에 요절한 여성 록가수. 그녀는 날것의 음성으로 노래하는 최초의 여성 록커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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