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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夢 - 이기성
    POEM 2015. 4. 5. 00:00

    우린 막 토성의 붉은 지평선에 도착했답니다. 멀고먼 지구의 불빛이 우르르 쏟아졌지만, 아

    무도 눈뜨지 않았어요. 너무 큰 구두를 신고 두꺼운 베개 속에 얼굴 푹 파묻었는데요. 휘파

    람처럼 눈꺼풀 속으로 스며드는 저 연기는 무얼까요.

    주르르 미끄러지는 사람들이 보여요. 귀를 막고 손 흔들고 싶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우린 

    파열된 엔진, 검은 유전이 아니죠. 노랗고 푸른 화염의 혀는 어디로 갔나요. 지금 눈을 뜰까

    요, 아님 좀더 눈 감고 모래의 공장을 산책할까요.

    커다란 구두를 신고 걷는 길은 하염없이 길고 뾰족한 발자국들은 금세 지워지요. 밤의 폭풍

    에 박힌 기억의 손톱은 아직 아름답지만, 내 얼굴은 곧 흩어질 거예요. 지구의 창백한 이마 

    위로 흘러내리겠어요. 붉은 모래의 영혼을 한 줌 보냅니다. 혓바닥으로 천천히 핥아보세요. 

    굳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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