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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라는 제국 - 이병률
    POEM 2015. 4. 3. 00:00

    이 계절 몇 사람이 온 몸으로 헤어졌다고 하여 무덤을 차려야 하는게 아니듯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찔렀다고 천막을 걷어치우고 끝내자는 것은 아닌데 

    봄날은 간다


    만약 당신이 한 사람인 나를 잊는다 하여 불이 꺼질까 아슬아슬해 할 것도, 

    피의 사발을 비우고 다 말라갈 일만도 아니다 

    별이 몇 떨어지고 떨어진 별은 순식간에 삭고 그러는 것과 무관하지 못하고 

    봄날은 간다


    상현은 하현에게 담을 넘자고 약속된 방향으로 가자 한다 

    말을 빼앗고 소리를 빼앗으며 온몸을 숙여 하필이면 기억으로 

    봄날은 간다


    당신이, 달빛의 여운이 걷히는 사이 흥이 나고 흥이 나 노래를 부르게 되고, 

    그러다 춤을 추고, 또 결국엔 울게 된다는 술을 마시게 되더라도, 

    간곡하게 봄날은 간다


    이웃집 물 트는 소리가 누가 가는 소리만 같다 

    종일 그 슬픔으로 흙은 곱고 중력은 햇빛을 받겠지만 남쪽으로 

    서른세 걸음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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