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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무단침입 - 박성우POEM 2016. 9. 6. 00:00
별일은 아니었으나 별일이기도 했다 허리 삐끗해 입원했던 노모를한달여 만에 모시고 시골집 간다 동네 엄니들은 그간,시골집 마당 텃밭에 콩을 심어 키워두었다아무나 무단으로 대문 밀고 들어와누구는 콩을 심고 가고 누구는 풀을 매고 갔다 누구는 형과 내가 대충 뽑아텃밭 옆 비닐하우스에 대강 넣어둔육쪽마늘과 벌마늘을 엮어두고 갔다 어느 엄니는 노모가 애지중지하는길 건너 참깨밭, 풀을 줄줄이 잡아하얀 참깨꽃이 주렁주렁 매달리게 했다 하이고 얼매나 욕봤디야,누가 더 욕봤는지는 알 수 없으나노모도 웃고 동네 엄니들도 웃는다콩잎맹키로 흔들림서 깨꽃맹키로 피어난다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동네 엄니들의 아름다운 무단침입이나소상히 파악하여 오는 추석에는 꼭어린것과 아내 앞세우고 가 대문 밀치리라,마늘쪽 같은 다짐을 해보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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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WORDS 2016. 3. 25. 00:00
테레즈는 그에게 애정을 제대로 증명해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리처드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테레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그녀에게서 사랑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테레즈는 리처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에게 뭔가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 "그래...... 나도 알아.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 . . "난 당신을 사랑하진 않지만 좋아해. 오늘 그런 생각이 들었어. 방금 말이야."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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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 이규리POEM 2016. 3. 23. 00:00
불은 켜지 마세요 어둠을 더 두세요 내가 아프니 그들이 친절해졌는데요 아, 그러지 마세요 아픔을 가져가지 말아요 아직 더 불편하고 싶어요 만나는 사람들 모두 상처받았다 받았다 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내가 상처를 사탕처럼 나눠주었나봐요 불편은 조금 다른 자리일까요 생각해보면 그것만큼 좋은 친구가 없었어요 다른 요구를 않았으니까요 별일 아니라는 듯 이제 그걸 별이라 부르기로 하겠어요 나는 나에게서 멀고 한창 살고 싶을 때 늙어버렀지만 그래도 아직,이라 대답하겠어요 손톱에 피가 나는 줄 모르고 한 생각을 물어뜯도록 절룩이며 여기 남아서 그래요 아직 더 불편하고 싶어요 -창작과 비평, 2015년 겨울호에 발표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