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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역설 - 이장욱POEM 2018. 7. 6. 01:42
당신을 잊자마자 당신을 이해했어.
닫혀 있기 때문에 들어가고 싶은 문 앞에서.
뜨거워져서 점점 더 뜨거워져서
드디어 얼어붙을 것 같았는데. 이봐,
노력하면 조금씩 불가능해진다.
바쁘고 외로운 식탁에서 우리는
만났으므로 헤어진 연인들처럼.
당신을 알지 못해서 당신에 대해
그토록 많은 말을 했구나.
어려운 책을 읽기 때문에 점점
단순한 식물이 되어서.
해맑아서
잔인한 아이처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으니까
새벽마다 또 눈을 뜨네.
내가 조용한 가구를 닮아갈 때
그건 방 안이 아니라 모든 곳,
거기서
당신이 나타났다.
밤이라서 너무 환한 거리에서.
바로 그 눈 코 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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