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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 뒤의 사랑 - 오인태
    POEM 2014. 10. 11. 00:00

    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고개를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 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나무 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 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람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좇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슬픔이었을까,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는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 뒤의 사랑


    끝내 내가 좇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 보게 되지만

    나는 달려가 차마 그대의

    등을 돌려 세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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