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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인 - 이이체
    POEM 2014. 10. 9. 00:00

    우리는 서로의 몽타주다

    나는 세계를 지우는 일을 했고

    너는 세계를 구성하는 구멍에 빠졌던 가난


    의붓아들과 의붓딸의 만남

    우리를 낳지 않은 우리의 부모들을 탈각했다

    가진 적도 없던 것을 지키려고 애썼고

    서로 악수하면서 서로의 손을 혼동해서 침묵했다

    우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게 되었음에도

    거울로 방을 가득 채웠으며

    서로의 혈액형도 모른 채 피를 섞었다


    나는 녹슨 문 앞에 앉아

    고드름을 부러뜨리는 부랑아

    너는 너에게도 어울리지 않아서

    하염없이 누군가를 치환하지

    우리가 살찌고 행복해서 질려버릴 때

    잊을 수 있겠지만 잊지 않겠다는 주(呪)를

    미신처럼 읊조릴 거야

    내가 없었던 세상을 가장 근처에서 만지는 일

    네가 없는 꿈을 꾼 적이 없다


    우리는 유기되었다

    세계와 거의 비슷해지는 중이다

    없애러 간 곳에서 얻어서 돌아올 것임을 안다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몸이 부풀어 오른다

    예쁜 예감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나 손을 잡고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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