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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 진은영
    POEM 2023. 4. 4. 12:41

    얘야

    아빠는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신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가라앉은 배 속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거야

     

    나는 이 아이를 안아본 적이 없다

    이 아이의 손을 잡아본 적이 없다

     

    감정의 원근법이 맞지 않습니다

     

    너와 나의 먼 거리를

    아빠가 두 장의 젖은 종이처럼 딱 붙이신다

    멈추지 않는 눈물로

     

    십자가에 꿰뚫린 채 돌아다니는 작은 양들, 진창 속에서

    관절이 뒤틀린 채 피어나는 꽃줄기

    흰 무릎아, 넌 기어서 어디로 가는 거니

     

    진실이 어서 세상으로 나오기를

    갈비뼈를 부수고 튀어나온 심장처럼

     

    얘야, 그런 순간이 오겠지?

    아빠가 물으신다

    기억의 앙상한 손가락으로 네 젖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때까지

    우리는 의심의 회색사과를 나눠 먹을 거야

     

    진실이여, 너에게 주고 싶다

    너울거리는 은유의 옷이 아니라

    은유의 살갗을

     

    벗기면 영혼이 찢어지는 그런 거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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