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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까지 사랑하고픈 이에게 - 이용채POEM 2015. 4. 25. 00:00
우리가 어떤 사람의 슬픔까지 사랑하는 건 그 슬픔으로 인한 가슴 아픔이 아니라 그가 느끼고 있는 슬픔을 나도 느끼고 있다는 마음일 거다 사랑은 이렇듯 같이 느끼는 것 느낀다는 건 언제나 가슴의 일 해서 우리들은 설레이는 가슴에 귀를 기울이며 산다 사랑은 언제나 소녀의 가슴 세월이 흐르고, 많은 사람과 만나고 또 헤어졌어도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면 다시 소녀의 가슴이 된다 세상에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흔하다 할지라도 아름다운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진실로 어려운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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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켜주고 싶은 그는 나를 지켜줄 생각이 없었으므로.WORDS 2015. 4. 23. 00:00
어렸을 때 나는 사랑하는 것은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서로의 아주 깊은 속에 있는 아주 내밀한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서로에게 옮겨주듯 말해주는 것, 비밀을 나눠 갖는 것이라고.다른 사람은 못 알아듣는 이야기를 그는 알아듣는 것이 사랑이라고.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다.남자인 오빠들 속에서 섞여 성장하면서 나에대해서 말하는 법을 잊어버려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쉽게 만날 수가 없었다. 나는 힘겹게 내 마음을 말하면 그는 곧바로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버렸다. 나는 다시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좀더 자라 나를 지켜줄 사람을 갖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영원히 나를 지켜줄 사람을 갖는 다는 것은 약한 나의 존재를얼마나 안정시켜줄 것인가.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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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 - 문태준POEM 2015. 4. 21. 00:00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나는 이별의 말을 한움큼, 한움큼, 호흡한다먼 곳이 생겨난다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 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대기는 살얼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곳에 앉아 있다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먼 곳은 생겨난다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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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점심상 - 허수경POEM 2015. 4. 19. 00:00
잠깐, 광화문 어디쯤에서 만나 밥을 먹는다게장백반이나 소꼬리국밥이나 하다못해 자장면이라도무얼 먹어도 아픈 저 점심상 넌 왜 날 버렸니? 내가 언제 널?살아가는 게, 살아내는 게 상처였지, 별달리 상처될 게있다면 지금이라도 떠나가볼까,캐나다? 계곡? 나무집? 안데스의 단풍숲?모든 관계는 비통하다, 지그시 목을 누르며밥을 삼킨다이제 나에게는 안 오지? 너한테는 잘 해줄 수가없을 것 같아, 가까이할 수 없는 인간들끼리가까이하는 일도 큰 죄야, 심지어 죄라구? 너는 다시 어딘가에서 넥타이를 반쯤 풀며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머리를 누르고나는 어디, 부모 친척 없는 곳으로 가볼까?그 때, 넌 왜 내게 왔지? 너, 왜라고 물었니?C'est la vie, 이 나쁜 것들아!나, 어디 도시의 그늘진 골목에 가서비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