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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삵 - 박서영
    POEM 2014. 9. 5. 00:00

    밤이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지

    오랫동안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부드러운 털 사이로 피가 나지 않을 만큼


    누군가 슬픔은 뭔가를 찌르고

    쪼아대는 일 따위를 모른다고 말하네

    울고 싶을 때

    갑자기 가로등이 꺼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사람을 끌어안으며


    서로 번진다는 건 어떤 걸까

    바람이 불면 목덜미에 키스하고 싶은


    우리는 아무도 서로에게 망명한 적 없어

    눈빛이 눈빛을 올라타고

    왼손이 오른손을 올라탄 순간이 있더라도

    털 사이로 피가 나지 않을 만큼

    서로를 조금 할퀴다가 헤어졌을 뿐


    내가 누군가를 물어뜯지 않는 건

    밤이 뭔가를 기록하고 불을 지르고 가버렸기 때문,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치면

    삵의 울음소리가 복원된 거라고 생각해도 좋아


    밤이면 다정한 사람들이 모이지

    만질 수 없는데, 먼 울음 들리곤 하지

    보이지 않는데, 먼 발소리 들리곤 하지

    우리는 타인을 할퀴던 두 손으로

    자신의 이마에 길고 흰 사랑을 기록한다


    잃어버린 짠맛을 보충하기 위하여

    마지막 남은 한놈을 대하듯 서로의 눈물을 핥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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