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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이야기 - 진은영POEM 2023. 4. 15. 00:00
찢어진 붉은 이마에 긴 천을 감아주던
부드러운 노래의 손길은 사라졌다
따라 부를 수 있지만 먼저 부를 수 없는 소절들이
썩은 앵두 냄새로
가시 울타리 근처에 오래 흔들린다
네가 두고 간 남빛 유리병을
희고 부드러운 목으로
바닥에서 주둥이까지 휘감아 오르며
부수는 시간
아주 큰 죄를 짓고 싶다
기억이 물의 트럼펫을 마른 귓속으로 불어댄다
쉰 곡식 냄새가 풍기는
입술 속에서의 기다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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