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나는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천천히 시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뭐든 무리하게 바꾸려면 너무나 큰 수고로움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 걸 각오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거의 없다. 좋든 나쁘든. 모든 게 내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내가 선택했으므로 내 것이 된 것들. 그것들이 지금의 나다.

-[딸에 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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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럴 듯한 말을 많이 하면서도 그 뜻이 무엇인지를 전혀 알지 못하였습니다.

범우문고45 <소크라테스의 변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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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이별 후에도 온다. 완전히 이별한 거라고 생각한 다음. 그 이별에 대해 까맣게 잊고 살아가는 날들이 무수하게 반복된 후에도. 이별은 새삼스럽게 그 모습을 우리 앞에 드러낸다.


-황경신, <슬프지만 안녕> 중에서

그의 일상에서 그를 빼내올 자신이 없었다.

그곳에서 그를 돌출시킬만한 아무 이유도, 권한도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는 거기에 잘 있다.

나는 여기에 있다.



-은희경, <타인에게 말 걸기> 중에서

테레즈는 그에게 애정을 제대로 증명해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리처드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테레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그녀에게서 사랑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테레즈는 리처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에게 뭔가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 "그래...... 나도 알아.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
.
.
"난 당신을 사랑하진 않지만 좋아해. 오늘 그런 생각이 들었어. 방금 말이야."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캐롤> 중에서

"넌 그냥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해 본 적 없어?"


요한나는 내가 끔찍한 살인을 자백한 것처럼 날 쳐다보았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넌 분명 뭔가가 될거야."


"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



로랭 모네리, <낮잠형 인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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