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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수의 왕 - 이현호
    POEM 2020. 4. 28. 10:14

    금수만도 못한 인간이란 말을 들어봤다면

    그렇게 말한 건 자기 배로 날 낳은 한 암컷이었지 내 하나뿐인 언청이 친구만 평생 욕하다 내장까지 썩어버린

    그년이야말로 태어나서 가장 잘못 사귄 사람

    발 달린 것들 모두 한 마리 미친개를 피해 다닌 사건들의 시간
    달아나기 전에
    저게 왜 미쳤는지 왜 궁금해하지 않는 걸까

    날카로운 것들이 정점을 가진 것들이
    눈부셔

    세상이 끝날 것처럼 끝난 것처럼
    나는 길거리를 날뛰었고 그런 날만큼은
    우연의 자식이 아니었지

    그러다 이야기가 되려니 개 같은 사랑이 ......
    불안을 먹이고 불안은 사랑을 먹이며

    다음엔 안개로 태어나고 싶다는
    널 보는 동안만 지상의 삶에서 손뗄 수 있었지
    너 없이도 세상이 계속된다고 믿는 것들에겐 함부로 칼을 꽂았고

    다음엔 불빛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술집 창가에 비친 널 똑바로 볼 수 없어 나는 눈을 도려내고 말았지
    그토록 아름다운 것 앞에서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요

    희열에 찬 살인자의 얼굴이 아니고는

    단지 마음이라는 죄를 안고 태어나
    그 속에 너무 많은 것들을 가두었네
    가시못 붉은 달 끈 떨어진 운동화 훔친 사진기 부러진 칼날 추락하는 고양이 네 머리카락......
    나의 배심원들

    아름다움은 우리가 사라져도 우주에 남아 있을 겁니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움
    최초이자 마지막 단어

    일평생 누굴 도운 일 없는 인간이지만 그래도 단 한 번 거
    미줄에 걸린 나비를 풀어준 적 있다 해도

    금수 같은 놈이라는 말 들어봤다면

    필연을 완성한 금수의 왕은 달궈진 쇠 구두를 신은 듯
    허공을 디디며 춤추었네
    순수한 죄의 숲을 가로지르며
    먹이에게 달음박질하는 맹목의 식욕으로

    빛 앞에 속수무책인 부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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